라벨이 화재보험특약인 게시물 표시

30년 된 낡은 아파트 전세, 집안 시설물 때문에 세입자가 다치면 보험으로 해결될까?

이미지
  밴쿠버에서 날아온 카카오톡, 그리고 낡은 욕실 타일 캐나다 밴쿠버의 아침은 평화로웠지만, 김 씨의 마음은 그렇지 못했다. 한국 시간으로는 한밤중일 텐데, 천안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 세입자에게서 카카오톡 보이스톡이 계속 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 씨가 소유한 그 아파트는 지은 지 32년이 넘은, 소위 말하는 '구축' 아파트였다. "여보세요? 무슨 일 있으신가요?"  "아이고, 주인 선생님. 정말 죄송한데 큰일이 났어요. 욕실 천장 쪽 타일이 갑자기 툭 떨어지는 바람에..." 세입자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며칠 전부터 욕실 타일이 조금 들떠 보이는 것 같다고는 했었는데, 그게 하필이면 샤워하던 세입자의 어깨 위로 떨어진 것이다. 다행히 머리는 피했지만, 어깨가 찢어져서 응급실에 가서 꿰맸고 며칠 입원을 해야 한다는 소식이었다. 김 씨의 머릿속이 하얘졌다.  '타일 수리비는 둘째 치고, 세입자 치료비랑 위자료는 어떡하지? 내가 한국에 있으면 가서 사과라도 할 텐데...' 해외에 거주한다는 죄책감과 30년 된 아파트의 노후화가 겹쳐 김 씨를 짓눌렀다. 낡은 배관이 터져서 아랫집에 물이 샜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어도, 집안 시설물이 떨어져서 사람이 다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치료비가 꽤 나올 것 같은데... 제가 당장 한국 계좌에 현금도 별로 없고..." 김 씨는 불안한 마음에 노트북을 켜고 예전에 가입해 둔 화재보험 증권을 찾기 시작했다. '화재'만 보장되는 줄 알고 헐레벌떡 가입했던 월 2만 원짜리 보험. 깨알 같은 약관을 읽어 내려가던 김 씨의 눈이 한 곳에 멈췄다. [담보명: 임대인 배상책임] 보장 내용: 임대해 준 주택의 소유, 사용, 관리로 인한 우연한 사고로 타인의 신체에 장해를 입히거나 재물을 망가뜨려 법률상 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입은 손해. "타인의 신체? 세입자도 타인인가?" 김 씨는 떨리는 손으로 보험사 보상팀에 전화를 걸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