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불에 좌회전한 오토바이와 신호위반 직진 차가 충돌하면 과실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3초를 훔치려다 3년을 잃어버린 밤 비가 내린 직후라 아스팔트는 검게 젖어 있었고, 도시의 네온사인은 물웅덩이 위에서 어지럽게 춤을 추고 있었다. 배달 대행 기사로 일하는 준수는 헬멧 쉴드에 맺힌 물방울을 장갑으로 쓱 닦아냈다. "이번 콜만 잡으면 오늘 목표 달성이다." 스마트폰 거치대에는 '배달 예정 시간 15분 남음'이라는 붉은 글씨가 준수를 압박하고 있었다. 사거리 교차로의 신호등은 붉은색이었다. 좌회전 신호를 받아야 목적지인 아파트로 들어갈 수 있었다. 준수의 오토바이 엔진은 부르릉 거리며 주인의 조급한 마음을 대변하고 있었다. 횡단보도 신호가 깜빡거리기 시작했다. 준수의 머릿속에는 수만 번 반복된 데이터가 본능처럼 떠올랐다. '보행자 신호 끝나면, 반대편 직진 신호도 곧 끊길 거고... 2초 뒤에 내 쪽 좌회전 신호가 들어오겠지.' 준수는 그 '2초'를 기다리는 것이 너무나 아까웠다. 맞은편 차선에는 차들이 멈추려는 기미가 보였다. "지금이다." 아직 신호등은 시뻘건 적색이었지만, 준수는 스로틀을 감았다. 오토바이가 튀어 나가는 순간, 준수의 시야 오른쪽 구석에서 강렬한 헤드라이트 불빛이 섬광처럼 파고들었다. "어...?" 맞은편 1차로에서 달려오던 검은색 세단은 멈출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 차의 운전자 역시 '노란 불이니까 빨리 지나가야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엑셀을 더 깊게 밟았던 것이다. 준수가 예측 출발을 하며 교차로 중앙으로 진입한 순간, 신호를 무시하고 달려온 세단과 오토바이는 피할 수 없는 궤적 위에서 만났다. 콰아앙! 굉음과 함께 준수의 몸이 허공으로 붕 떴다. 젖은 아스팔트 바닥에 뒹굴며 헬멧 안으로 들려오는 것은 자신의 거친 숨소리와 타이어가 끌리는 소름 끼치는 마찰음뿐이었다. 하늘에는 여전히 빨간색 신호등이 준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고작 3초... 그 3초를 못 기다려서...'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